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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앤썬 2017. 2. 10. 18:20

어느 집이나 비슷한 문제겠지만 내 아가 현이도 강아지를 키우자고 졸라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시절의 나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왜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는 것을 싫어했었다. 강아지와 침대에서 함께 잔다는 말만 들어도 인상을 찌푸렸으니까 말이다. 이혼 후 몇 년간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친정엄마와 남동생 부부의 배려로 친정에 머물렀었다. 그래서였는지 그 때는 아이를 친정엄마와 올케가 많은 부분 챙겨주셨기 때문에 마음껏 밖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다. 


아이가 크고 물론 동생부부의 아이들도 크면서 자연스럽게 독립하게 되었는데, 막상 딸아이와 단 둘이 살게 되니, 내가 없을 동안에 아이가 너무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는 단지 강아지가 싫어서 키우지 않겠다고 했지만, 막상 내가 마음을 돌이켜 강아지를 키우고자 했더니, 현이가 별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새 커버린 아이는 이미 누군가를 돌보거나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도 사라졌고, 엄마와 굳이 의견을 같이 하고 싶지 않을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무서운 사춘기가 도래했던 것이다.


난 아이가 어디로 튈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며 결국 강아지를 키우겠다는 마음은 그냥 휘리릭 자취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사라져 버렸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 아이가 사춘기의 굴곡을 넘기고 어느새 엄마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우리는 강아지를 가족으로 입양하게 되었다.


처음 만난 사랑이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랑이는 나와 현이에게 기쁨이 되어 주었고 가족이라는 걸 증명하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친정 고모가 동물병원을 하는 덕에 좋은 강아지를 만날 수 있었고 초보엄마로써 잘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이는 처음 우리를 만났을 때 이미 12살이 넘은 성견이었기 때문에 대소변도 화장실에서만 보고 기본적인 예절을 잘 배워서 손 갈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사랑이는 몸이 많이 아픈 아이였다.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개복수술을 한 번 받았는데, 그 전에도 두 번이나 개복수술을 했다고 한다. 오랫만에 사랑이 이야기를 하니, 가슴이 좀 뻐근해 진다. 아마 아파하는 사랑이의 모습이 떠올라서일게다.


두번째 우리와 함께 한 강아지는 "루이"다. 사랑이는 암놈이었고 성견이었는데, 루이는 숫놈이면서 1년도 채 되지 않은 소년강아지였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루이는 정말 활기차고 언제나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우리 가족의 분위기를 띄우는 놈이었다.


루이를 키우면서 강아지를 키우는 법을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사랑이는 성견이라서 이미 가르칠 것이 별로 없었는데, 루이란 놈은 대소변 가리기부터 모두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갓난아기때부터였으면 오히려 쉬웠을텐데, 어중간한 시기에 우리 가족이 되었기에 참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된다. 도저히 힘들어서 결국 다른 분께 입양시킬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꼬맹이"가 우리에게 오게 되었다. 꼬맹이도 숫놈이었는데, 루이와 함께 잘 지낼 줄 알았지만 꼬맹이가 온 후로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현이는 아가때 빼고는 강아지 키우는데 별로 흥미를 갖지 않는 듯 보였다. 생각해보니 강아지들은 모두 내가 돌보고 결국 내가 강아지를 더 좋아하게 되버렸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자고 할 때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결국엔 엄마의 일이 늘어나기 때문 아닐까한다. 하하하


사진이 남아있어 다행이다 지금도 가끔 꼬맹이의 소식을 듣는다. 나와 같은 싱글맘인 분이 딸아이 한 명을 키우면서 꼬맹이를 입양했는데, 너무너무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집에 있을 때는 루이와 너무 싸워서 골치가 아팠었는데, 세상에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 때 그런 결정을 한 것이 정말 꼬맹이에겐 행운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루이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꼬맹이가 떠난 후에도 천방지축이었던 우리 루이가 새벽 운동을 나가다가 그만 말도 안되는 속도로 골목길을 주행하던 자동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 때 난 정말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서 그저 루이를 부둥켜 안고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싸늘해지며 딱딱해지는 루이를 껴안고 울면서 고모에게 전화를 했을 때, 고모는 당장 루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내가 더 아파할까봐 모든 장례등 절차를 병원에서 알아서 해 준 것이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이런 이별을 겪어내실까? 난 동물병원을 하는 고모가 계셔서 어쩌면 너무나 편하게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루이를 잃고난 후 한동안 난 강아지를 입양하는 걸 두려워했었다. 고모가 가끔 전화해서 다른 강아지를 소개 해 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다. 만나는 건 괜찮겠지만 헤어짐을 두 번이나 겪고 나니, 정말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람과의 이별도 사람으로 다시 채우듯이 결국 나는 지금의 "미깡"이를 만나서 그 상실감을 잊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美(이름다울 미) + 㓻(굳셀 강) = "미강" 첫 눈에 반해버린 이 아이에게 나는 아름답고 굳세게 나와 함께 하자는 뜻으로 미강이라고 이름을 주었다. 부르다 보니 그냥 "미깡"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미강아~~~' 하는 것보다 '미깡아~~~'하고 부르는 것이 더 귀엽게 들려서 미깡이라고 부른다. 미깡이도 나이가 좀 있는 아이다. 10살이 넘었으니 견생으로 보면 중년이 훨씬 넘은 강아지다.


미깡이는 이제 나의 단짝 친구다.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잔다. 내가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절대로 귀찮게 굴지 않고 옆에서 기다린다. 먹는 걸 좋아해서 내가 무엇을 먹을 때면 옆에서 낑낑 거린다. 그게 귀여워서 자꾸 뭔가를 줬더니, 좀 나쁜 습관이긴 하지만 내가 먹을 때 이 놈도 먹는다. 한번은 초콜릿을 먹였다가 병원에 간 적도 있을 정도로 내가 무식했던 적도 있는데, 그 후로 강아지가 먹으면 안되는 것들과 먹으면 좋은 것들을 배우고 강아지를 잘 키우는 방법도 많이 배워서 요즘은 먹는 것으로 미깡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게 되었다. 


언젠가 어떤 이유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난 귀여운 강아지를 키울 것이다. 애완견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의미를 아시는가? 내가 강아지와 함께 살아보니 정말 그 뜻을 깊이 알 것 같다. 이 귀여운 강아지들은 정말 내 외로운 삶을 좀 더 풍요로운 삶으로 이끄는 보물들이다.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나에게서 무한한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아가들이다. 그 사랑을 절대 배신하지 말자. 몸은 좀 힘들어도 싱글맘들의 싱글 라이프에 반려동물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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