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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슬픈 외국어

썬앤썬 2017. 2. 8. 18:35

1990년대 한국의 독서계를 휩쓸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윽고 슬픈 외국어"라는 에세이를 선택한 건 책꽃이에 꽃혀있는 수 많은 책들 중 그냥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내가 구매한 책은 분명 아닌 것 같은데...딸 아이가 사다 놓았을까? 그런데 책이 한참 사다 놓은 지 오래 된 것 같단 말이지...그런데 한번 펼쳐서 읽는데 내가 알고 있던 하루키와는 다른 하루키가 그 곳에서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소설가 하루키는 어디가고 지적이고 철학가인 듯한 하루키가 자신의 통찰력있는 관찰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이 있는 프린스턴에서 살던 시절의 이야기들인데, 에세이를 읽으면서 인덱스를 하며 읽은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기억하고 싶은 문구가 많았던 것!


012

나폴레온 힐 성공의 열쇠" 같은 책은 당연히 인덱스를 많이 하게되고 밑 줄과 첨삭도 하게 된다. 하지만 소설이나 에세이는 그냥 줄줄 읽기 마련인데, 하루키의 "이윽고 슬픈 외국어"는 참 집중해서 읽게하는 에세이였다고나 할까?


가령...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창조적 재능을 지녀야 할 창작자가,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자신의 창작 시스템의 근원을 파헤쳐가야 할 사람이, 태워지지 않고 살아남는다라는 것만을 염두에 두거나, 아니면 그저 단순히 남의 눈에 잘 비치는 것만을 생각하며 활동해야 한다. 이것을 문화적 소모라 하지 않는다면 대체 뭐라 하면 좋을까.'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제 완전히 도시에 사는 남미 계열과, 교외에 사는 백인이라는 두 개의 사회, 아니면 두 개의 나라로 분리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약과 총이라는 두 가지 큰 병폐가 이 나라를 토대부터 갉아먹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의 철학이나 또한 그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등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문장이라서 놀랍다. 또한 그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글들이 수두룩 했다. 그의 소설은 국적과는 전혀 상관 없이 감동을 주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 할 수 있는 요령 세 가지는 꼭 기억하고 싶어서 여기에 남긴다.

(1)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먼저 자신이 확실하게 파악할 것. 그리고 그 포인트를 되도록 빠른 기회에 우선 짧은 말로 명확하게 할 것

(2)자기가 제대로 알고 있는 쉬운 단어로 말할 것, 어려운 단어, 멋진 말, 의미 있는 듯한 말은 불필요하다.

(3)중요한 부분은 되도록 반복해서(바꿔 말하라)말할 것. 천천히 말할 것, 가능하면 간단한 비유를 넣어라.

이건 그 자체가 '문장 쓰는 법'도 되는구나~~~~~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나도 소녀적 꿈이었던 글 쓰는 여성이 떠오르면서 진지하게 읽었던 부분도 소개하고 싶다.


써지지 않을 때는 무리해서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는 것이 뭔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를 위한 하나의 어드바이스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이라든가


내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이라는 존재를 확립하기 위한 시간과 경험이었던 거야. 그것은 특별하고 유별난 경험일 필요는 없어. 그저 아주 평범한 경험이어도 상관없지. 하지만 그건 자기 몸에 충분히 배어드는 경험이어야만 해. 나는 학생때 뭔가를 쓰고 싶었지만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몰랐어. 뭘 쓰면 좋을지를 발견하기 위해 나에게는 칠 년이라는 세월과 힘든 일이 필요했던 거겠지, 아마도,


열 명 중에 여덟아홉 명이 "뭐 나쁘진 않군" 하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대부분의 사람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도 열 명 중에 한 두 사람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하는 편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내가 쓴 글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형편없다는 말을 들어도, 열 명 중 한두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면 그걸로 좋다고 고집스럽게, 일종의 생활 감각으로 믿을 수 있다.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란 거의 없다. "아무튼 실제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지. 만일 네가 마음속으로부터 절실하게 뭔가를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설령 지금은 잘 쓸 수 없어도 '뭔가를 쓸 수 있는' 때는 언젠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하고, 그때까지는 현실 경험을 벽돌을 쌓듯 하나씩 소중하게 쌓아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글들을 인덱스하면서 사실 조금씩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왜일까? 소녀적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아니면 세상에 늦는 법은 없다고 지금이라도 글을 쓰면서 살고 싶은 욕망이 떠올라서일까? 아무튼 하루키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재주가 있는 글쟁이다.


아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될 듯도 하다.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더욱 그렇기도 하고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사진으로라도 찍고 싶을 정도로 당당하고 멋져보이기도 하다.

신난다 신난다 이런 표현으로 어울릴까? 하루키는 아마도 동기부여가 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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